어린이학습관

우리의 미래 철강이 만들어 갑니다.

잼있게 배워봐요

자연이 지은
집에 세를 들다

강철 골조를 이용해 건축 중인 주택

넓디넓은 자연에 세 들어 살던 인간이 집이라는 모양의 구조물을 만든 것은 구석기시대이다. 처음에야 비와 바람을 막아 주기만 해도 만족스러웠다. 그러나 욕심 많고, 변덕 심한 인간이 거기서 그칠 리 없다. 늘어난 인구, 높아진 눈높이는 소박하고 단순하던 건축물을 더 높고 견고하게 쌓고자 갖은 애를 쓰게 되었고, 그리하여 새로운 과학의 산물을 재료 삼아 천년만년 갈 것처럼 보이는 인공의 집들을 짓게 되었다. 여기까지가 자연에 대한 정복이자 승리라 여겼던 20세기의 건축사라면 21세기는 필연처럼 새로운 건축을 요구하고 있다. 이름하여 ‘생태 건축’이라는 것이다.

비와 바람을 막고, 야생으로부터 보호받기 위한 피난처였던 집은 어찌 보면 인간이 스스로 자연으로부터 격리한 그들만의 공간이었다. 그러나 해가 뜨면 일어나고 달이 뜨면 잠자리에 눕던 과거에는 인간과 자연의 맥박이 크게 다르지 않아 집 역시 자연의 것들로 세웠다. 소를 치던 아프리카의 마사이 족은 쇠똥을 발라 벽을 세웠고, 낮은 산이 많아 나무가 흔했던 우리나라는 너와집, 굴피집, 초가처럼 나무로 만든 집에서 살았다. 주어진 자연조건을 잘 활용하여 환경에 순응하며 사는 것, 그것이 집의 전부였다.

그러나 산업화는 모든 것을 바꾸어 놓았다. 효율성 추구는 도시의 발달을 촉진했고, 인구 밀집은 건축양식에도 획기적인 변화를 가져왔다. 고층 건물 위주로 변화된 건축양식은 지구환경을 악순환의 고리에 빠지게 했다. 더 많고 더 다양한 건축자재를 생산하기 위해 자연환경 파괴가 가속화됐고, 이를 제조·가공하는 과정에서 많은 에너지 소비와 오염물질을 발생시켰다.

이뿐이 아니다. 고층 건물을 유지하고 그 속에서 생활하기 위해서는 처음부터 끝까지 에너지가 필요하다. 공기를 순환시키는 창문이 없으니 허파 없는 동물처럼 매일 수만 톤의 화석 연료를 태워 환풍기를 돌려야 하고, 수십 대의 엘리베이터가 중력에 도전하며 공룡처럼 전력을 먹어 댄다.

건축에서 중력에 대한 저항과 투쟁이자 자연 정복이라는 오만한 인간의 도전은 짧은 승리의 삼일천하를 보낸 후 자아성찰을 거쳐 새로운 아이디어를 내놓았다. 자연의 순리에 맞게, 자연에 가깝게 살아보자는 생태 건축이 그것이다. 집 안에 나무 한 그루 들여놓아도 생태 건축처럼 호들갑 떨던 시절을 보내고, 자연 속에 집을 지으면 ‘생태적 삶의 실현’이라는 신기루 같은 판단착오를 겪으며 생태 건축에 대한 개념은 점점 분명해지고 있다. 요즘은 나무와 흙으로 지은 숨쉬는 집이 생태 건축으로 각광받고 있다.

소재는 생태 건축에서 언제나 가장 중요한 화두로 제기된다. 자연의 재료는 분명 생태적이다. 그러나 생태 건축의 개념은 조금 더 진보하고 더 멀리 바라봐야 한다. 비록 건축소재를 생태적인 것으로 택한다 하더라도 화석 에너지를 소비하면서 냉·난방을 해야 한다는 점은 오히려 매우 중요한 환경문제를 야기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도시화된 고층 건물 위주의 현대 문명을 뒤로 돌릴 수도 없는 노릇이다. 따라서 이 시대의 생태 건축은 인간과 자연과의 공생은 물론 에너지 절약적이고 자원 순환적인 사회를 실현할 수 있는 건축이어야 한다.

이러한 건축이 바로 강구조물이다. 건축용 강구조물은 철스크랩을 재활용하여 만든 제품이고 수명을 다하면 또다시 100% 재활용된다. 건축물의 수명도 반영구적이다. 구조물의 다양한 설계를 가능하게 하므로 자연 채광이 가능하여 에너지를 절약할 수 있다는 장점 역시 빠뜨릴 수 없다.

단순히 자연과 공생하는 단계를 넘어 적정한 물질 순환의 확보와 유지가 이뤄지는 건축이어야만 가장 쾌적하고 신선한 공간이 될 것이며, 그것이 인간이 지구와 함께 오랫동안 동거할 수 있는 길이기도 하다.

현대 문명을 유지하면서도 에너지 절약과 자원 순환형 사회가 실현되는 이와 같은 생태 건축이 널리 그리고 자연스럽게 정착될 수 있도록 우리 모두의 노력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