잼있게 배워봐요
녹슬지도 끝나지도
않은 역사 철기시대
우리가 역사를 체계적으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시대 구분’이라는 문제를 피할 수 없다. 고대시대, 중세시대, 근대시대 등 시간의 원근을 기준으로 구분하는 사람도 있고, 신라시대, 고려시대, 조선시대 등 왕조의 변천을 기준으로 구분하는 사람도 있다. 그런가 하면 역사의 흐름을 주도한 지배세력의 변천을 중심으로, 또 생산수단의 소유 형태를 기초로 한 생산약식의 변천을 기준으로 구분하는 사람도 있다.
하지만 어떤 구분이 바람직한 것이라고 합의된 것은 없고, 있을 수도 없다. 나름대로 역사의 발전을 일관되게 설명할 수만 있다면, 나아가 그러한 설명이 인류의 보편적인 삶의 질을 높이는 데 기여할 수만 있다면 그 나름의 시대 구분이 타당한 것이 되지 않을까?
우리는 여기서 도구에 의한 시대 구분을 다시 생각해 보게 된다. 구석기시대, 신석기시대, 청동기시대, 철기시대로 나눌 수 있다. 우선 구석기시대는 원석에 타격을 가해 얻은 돌을 가지고 생산 활동을 하던 시대로, 생산력이 낮다 보니 채집과 사냥으로 살아가던 시절이다. 약 50만 년 동안의 구석기시대를 살아오면서 인간은 돌을 갈아서 사용하는 방법을 터득하게 됐다. 이러한 터득으로 열린 신석기시대에는 작은 돌을 갈아서 뼈나 나무에 판 홈에 꽂아서 낫이나 작살처럼 사용하는 등 필요한 것을 만들 줄 아는 시대가 됐다. 이렇게 하여 생산력이 크게 증가하다 보니 채집과 사냥보다는 정착하여 농사를 짓고 가축을 기르는 생활이 됐다. 인류 최초로 잉여 생산물이 생기게 되고 이를 부관하기 위해 토기라는 그릇도 생기게 됐다. 이 가운데 가진 자와 덜 가진 자가 구분되고 가진 자는 더 가지기 위한 제도를 만들게 된다. 가히 ‘신석기 혁명’이라고 불리는 이 시기는 불과 기원전 8000년에서 기원전 1000년 사이다. 이후 기원전 400년까지 청동기시대가 진행되지만 청동기는 소재의 특성상 농기구로는 사용할 수 없었고, 일부 무기나 장식품으로만 사용됐다.
기원전 400년 무렵부터 시작된 철기 사용은 인류에게 두 번째 혁명을 가져다 주었다. 철재로 된 각종 농기구로 생산력은 비약적으로 발전했다. 단단함, 튼튼함, 날카로움에 있어 철은 청동과 비교가 되지 않았다. 사람들은 철로 만든 도끼와 괭이로 황무지를 좀 더 쉽게 갈아 농사지을 땅을 늘려 나갔다. 또한 땅도 깊게 일굼으로써 생산량도 늘어나게 됐다. 그리고 이전의 농사는 공동 경작이 불가피했지만 철제 농기구는 개별 경작을 가능하게 했다. 따라서 소지의 사유화가 진전되고 철의 보급 여하에 따라 개별 세대, 부족이나 연맹, 국가 단위의 경쟁력이 좌우됐다. 또한 철이 소수의 전유물인 시대에는 증가된 부가 철을 소유한 사람에게 집중되었지만, 철의 보급이 일반화될수록 사회 전반적인 부의 편중은 완화되었다. 철강업이 일찍부터 발달한 나라, 발달 중인 나라, 이제 막 철강업이 태동하고 있는 나라, 아직도 철이 소수의 전유물인 나라를 비교해 보면 답은 더욱 명확해질 것이다.
도구를 기준으로 역사를 구분할 경우 아직도 우리는 철기시대에 살고 있다. 또한 예측 가능한 미래에 철을 대신할 도구는 없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