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학습관

우리의 미래 철강이 만들어 갑니다.

잼있게 배워봐요

자연의
거대한 러시안
룰렛 게임에서
살아남는 법

지진피해

삶은 한 다발의 축복이다. 그러나 인류는 가끔씩 살벌한 게임 판으로 난데없이 내몰리기도 한다. 1·2차 세계대전, 유럽 인구의 3할을 죽게 한 흑사병, 필리핀의 산사태와 미국 뉴올리언스의 카트리나, 미래에 닥칠 것이 확실한 빙하기 등. ‘재앙’이라는 이름으로 치러지는 이 거대한 러시안 룰렛 게임은 인간을 멸망 근처로 내몰기도 하고, 경고하기 위해 살짝 겁만 주기도 한다.

그런데 이러한 재앙은 모두 인간에 의해 초래되었다는 공통점이 있어, 인간의 힘으로 어느 정도 강도를 줄이거나 시기를 늦출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인간의 의지와 관계없이 받아들여야만 하는 재앙이 있으니, 그것은 바로 ‘지진’이다.

2006년 6월 중순경, 필리핀의 한 유치원 교실에서 어린이들이 수업을 받고 있는 모습이 언론을 통해 보도되고 있었다. 40여 명의 어린이들은 선생님을 따라 양손을 머리에 올려놓고 바닥에 앉아 있었다. 천진난만 그 자체인 아이들이 그날 받고 있는 수업은 지진 대비 훈련의 하나로, 머리를 보호하는 방법이었다.

쓰나미가 동남아시아를 할퀴고 간 후 지진에 대한 공포와 경각심은 재앙을 겪은 사람은 물론, 그저 이를 언론을 통해 보고 듣기만 한 사람들마저도 흔들어 놓았다. 멀쩡해 보이던 바닷물이 거대한 산이 되어 덮치던 장면은, 아틀란티스 대륙을 하룻밤 만에 바다 아래로 가라앉혀버렸다.

한반도 또한 지진 안전지대라고 할 수 없다. 2016년 9월 경상북도 경주에서 발생한 리히터 규모 5.8의 지진은 1978년 대한민국 지진 관측 이래 역대 가장 강력한 지진이었다. 2017년 11월 경상북도 포항에서 발생한 지진은 1,797명의 이재민을 발생시켰으며, 300km 이상 떨어진 서울시민도 흔들림을 느꼈던 재난이었다.

지진에 대한 불안은 예나 지금이나 변함이 없다. 중국은 고대부터 용이 지구를 흔들기 때문이라고 생각했고, 인도는 그 역할을 코끼리가 한다고 여겼다. 그리스 신화에서는 제우스에게 대들어 노여움을 산 기간테스를 잡도리하여 거대한 산으로 눌러 놓았는데, 가끔 그 무게가 버거운 기간테스가 몸을 뒤척이면 지진이 일어난다고 설명하고 있다. 어느 것이든 땅 속의 거대한 암반층이 갈라지며 그 충격으로 땅이 흔들리는 지진은 신의 영역에서나 가능한 힘이라 단정함으로써 그 두려움이 얼마나 큰지 보여 주는 셈이다.

다행히 현대의 우리에겐 이러한 지진으로부터 어느 정도 벗어날 수 있는 길이 있다. 지진의 공포로부터 비상구로 이끌어 주는 친절한 안내자는 다름 아닌 ‘철’이다. 최근 수십 년 동안 세계 각지에서 일어난 강진과 그 피해 사례를 살펴보면 한 가지 차이점을 발견할 수 있는데, 건물의 내진설계 기술 정도에 따라 피해 정도가 엄청나게 달라진다는 점이다.

내진설계 건물의 핵심 소재는 철이다. 지진이 발생하면 지면이 좌우로 흔들리면서 건물 기둥을 파괴하게 된다. 이때 ‘내진용 H형강(건축구조용 압연H형강)’을 기둥으로 사용하면 지면이 좌우로 흔들려도 적절한 항복강도(H형강에 힘이 가해질 때 원상회복되는 힘)에 의해 기둥이 부러지지 않으므로 붕괴를 막을 수 있고, 나아가 인명 피해를 최소한으로 줄일 수 있는 것이다.

아낌없이 퍼 주던 자연도 가끔씩 심술을 부리고, 가끔은 견디기 힘든 재앙을 내림으로써 자신의 존재에 경의를 표하고 복종하도록 만든다. 그러면서도 인간이 안쓰러워 ‘철’과 같은 구원의 수단을 미리 마련해 두는 측은지심의 소유자 또한 자연이다. 소중하고 고맙기는 자연이나 철이나 매한가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