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학습관

우리의 미래 철강이 만들어 갑니다.

잼있게 배워봐요

시간을 먹고
자라는 붉은 꽃

내후성강판, 내후성강판을 사용한 건물벽

파주 출판도시에 있는 한 출판사 사옥 외관은 벌건 녹이 슨 철판으로 되어 있다. 처음 보면 흉물 같기도 한데 건물주가 꽤 명망 있는 출판사이다 보니 ‘뭔가 사연이 있겠지’ 하는 생각도 해 보지만 쉽게 떠오르지 않는다.

비슷한 예로 서울에서 양평으로 가는 길에 팔당호반을 따라 건설된 다리의 상판부에도 벌건 녹이 슬어 있다. 수도권 주민의 식수로 사용되는 호수에 금방이라도 녹물이 줄줄 흘러내릴 것만 같다. 요즘 같은 시대에 수많은 사람들이 지켜보는 다리를 그렇게 만들었을 때는 그 역시 ‘뭔가 사연이 있겠지’ 하는 생각을 해 보지만, 역시 쉽게 풀리지 않는다. 단지 여기에는 ‘무도장 강판(無塗裝 鋼板)’이라는 글귀가 있지만 그 깊은 뜻을 헤아려 보는 사람은 드문 것 같다.

지구상에 존재하는 모든 금속은 본래 상태인 산소화합물(산화물)로 되돌아가려는 자연적인 속성을 가지고 있다고 한다. 이는 금속 그 자체가 자연 속에 존재하는 산화물 상태의 광석에서 강제로 산소를 분리해서 얻은 것이기 때문이다.

철(Fe)도 적철석(Fe2O3)이나 자철석(Fe3O4) 등의 산화물 광석으로부터 강제로 산소를 떼어 내고 얻은 것이기 때문에 산화물로 되돌아가려는 자연적인 속성을 가지고 있다. 이러한 속성 때문에 철이 자연 상태에서 산소(O2)나 물(H2O)을 만나면 쉽게 산화물로 되돌아가는데, 이것이 바로 녹이 스는 현상이다.

철에 녹이 생기는 것을 가리켜 철이 부식된다고 하는데, 이러한 부식 현상을 방지하기 위해 우리는 통상 철에 페인트칠을 한다. 그러나 페인트칠은 일정 기간 부식을 지연시킬 뿐 근본적인 방책이 못 된다. 또 페인트 자체가 반환경적인 물질이니 철에 페인트칠을 한다는 것은 친환경 소재인 철을 반환경 소재로 만들어 버리는 결과를 가져오게 된다.

이러한 고민을 해결한 새로운 소재가 ‘무도장 내후성강(無塗裝 耐候性鋼, 즉 페인트칠을 하지 않아도 대기 중에서 부식에 견디는 철)’이다. 이 소재는 철에 구리, 크롬, 니켈 등의 합금 성분을 첨가하여 부식에 견디는 성질을 강화한 소재로, 1~2년의 시간이 지나면 표면에 녹이 생기지만 그 안에 치밀한 안정녹층이 형성되어 부식을 유발하는 물이나 산소가 철에 침투하는 것을 억제하게 된다.

이러한 ‘무도장 내후성강’을 사용하게 되면 처음부터 페인트칠을 하지 않아도 되므로 건축물의 유지관리 비용 절감은 물론이고 환경오염 방지가 가능하여 경제성과 친환경성을 동시에 얻을 수 있다.

파주의 출판사 사옥 외관이나 팔당호반 다리 상판부는 바로 환경을 생각한 ‘무도장 내후성강’을 사용한 것이다. 녹이 슨 철판이 건물이나 다리 같은 곳에서 보이면 의아해하지 말고 ‘친환경 공법을 적용했구나’하면 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