잼있게 배워봐요
무한대로 재활용이
가능한 소재 철
멜 깁슨을 세계적인 스타로 만든 호주 영화 <매드맥스>를 기억하는가. 1980년대 3편의 시리즈로 세계 영화시장의 정복자가 된 <매드맥스>는 미래의 어느 날 지구에서 악당과 매드맥스 경찰이 대결을 벌이는 액션 오락 영화이다. 화려한 액션도 볼거리지만, 그보다 더 인상적인 것은 스크린 속에 펼쳐지는 제3차 세계대전 이후 폐허가 된 지구의 피폐함과 황량함이다. 핵전쟁 이후의 그 스산한 불모의 땅을 표현하기 위해 감독인 조지 밀러가 선택한 촬영 장소가 바로 시드니 홈부시 베이(Homebush Bay)였다.
시드니 시 400만 시민이 50년 동안 쓰레기를 버린 곳인 홈부시 베이는 경마장과 도살장, 쓰레기 매립장 등이 빼곡히 들어서 서로 경쟁하듯 오염물을 뱉어 놓은 곳이다. 과거 원주민들이 살았던 촉촉하고 윤택한 습지의 모습은 그림자도 남지 않은 채 자취를 감추었고, 악취와 흉물스런 쓰레기 더미만이 시드니의 대표적인 오염 지대라는 오욕의 이름표를 달아 줬다.
하지만 그 오염된 땅에도 봄이 찾아왔으니 때는 1993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호주 정부가 2000년 시드니 올림픽을 유치하기 위해 IOC 위원들 앞에 내놓은 비장의 카드는 ‘환경 올림픽’이었다. 베이징과 박빙의 유치 경쟁을 벌이던 시드니는 뒤늦게 내놓은 이 카드로 가뿐히 개최권을 따 냈다. 올림픽 유치가 결정되자 시드니 올림픽조직위원회는 그린피스 등 민간단체 인사로 구성된 10인 위원회를 설치하여 친환경적 경기장 건설에 주력했다. 그 첫 번째 용단이 홈부시 베이 매립지를 복원하여 주경기장을 짓는 것이었다. 복원에만 약 890억원이 들어간 이 공사는 악취를 제거하기 위해 150여 종의 특수 식물을 심었고, 900만 톤의 쓰레기는 땅 속에 묻었으며, 도살장에서 나온 콘크리트와 돌 조각 등은 도로 기반을 다지는 데 사용했다.
무엇보다 ‘되살린 땅에 들어설 주경기장을 무엇으로 세울 것인가’라는 고민은 ‘같은 실수를 되풀이하지 말자’는 현명한 판단으로 이어졌고, 결론은 환경오염을 최소화 할 수 있는 소재를 찾는 것으로 귀결됐다. 그래서 낙점된 것이 바로 ‘철’이다.
환경 올림픽을 위해 조직위는 건축자재 중 원료 채취와 가공, 제품화 과정에서 발생하는 단위당 오염물질 배출량이 가장 적은 철을 선택했다. 매장량이 무궁무진하여 자원고갈 위험에서도 비켜나 있다는 철 역시 매력이었다. 한 번 사용으로 100년 이상 지속되는 유일한 건축자재 역시 철이다. 조직위는 자연 채광과 자연 환기가 최대한 이뤄지는 다양한 설계로 다양한 건물을 세우는 데 철강재를 사용했다.
철의 미덕이 거기서 그칠까. 한 번 쓰고 나면 효용이 다하는 여타의 자원과는 달리, 수명을 다한 철은 철스크랩으로 회수되어 재활용이 가능하니 가히 지구가 준 최고의 선물이라 할 것이다. 수명을 다한 철은 철스크랩으로 회수되어 90% 이상이 다시 철로 생산된다. 이렇게 재생산된 철도 수명을 다하면 다시 철스크랩으로 회수되는데, 한 번 생산된 철1톤은 이렇게 생산-소비-회수-재생산의 과정이 40여 차례 이상 순환되어 누적 사용량이 10톤을 넘게 된다.
마지막으로 철스크랩은 대부분 대도시에서 재활용되므로 미세먼지 저감에도 크게 기여한다는 점이다. 미세먼지는 주로 수송 과정에서 발생하는데, 철스크랩 재활용은 계속적인 순환이 가능할 뿐 아니라 일정 지역 내에서 발생하는 철스크랩은 그 지역 내에서 수거와 재활용이 가능하므로 지역간 이동 과정에서 발생하는 오염물질 특히 미세먼지 배출을 저감하게 된다.
이처럼 인류의 가장 친환경적 건축 소재인 철은 오래도록 사용 할 수 있고, 무한대로 재활용이 가능하다. 재활용 후에도 품질이 떨어지지 않는 철의 진정한 가치는 바로 이 ‘순환’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