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학습관

우리의 미래 철강이 만들어 갑니다.

잼있게 배워봐요

명의 허준의
신묘한 침술 뒤에는

허준 (*출처:허준박물관), 스테인리스 침

드라마 ‘허준’이 공전의 인기를 끈 적이 있다. 극 중의 허준은 생사를 다투는 환자를 침 한방으로 살려 놓는다. 당시 이 드라마를 본 아픈 사람들이 너도 나도 한약방을 찾는 바람에 ‘허준 신드롬’까지 생겼었다. 그러나 침으로 위급한 환자를 응급처치 할 수는 있어도 병을 깨끗이 낫게 하는 비법은 드물다는 것이 한의학계의 정설이다.

신묘한 침술에 관해 궁금증이 더해지는 것은 철강인이기 때문이다. 침에 관한 기록의 원조는 <황제내경>이다. 황제내경에는 구침론이라 하여 9개의 침으로 고름을 짜내거나 기(氣)를 통하게 하여 시술한다는 대목이 있다. 크기는 1치 6푼(1치는 3.03cm)의 참침에서부터 7치나 되는 장침까지 다양하다.

지금은 침을 스테인리스 스틸로 만들지만, 그 옛날 중국의 침은 생철을 가공해서 만들었다. 명나라 말(1637년) 송응성이 지은 <천공개물>에는 침 만드는 과정이 상세히 기록되어 있다. 우선 쇠를 두드려 가느다란 선을 만들고, 철척(鐵尺)의 작은 구멍으로 뽑아낸 철선을 적당한 크기로 잘라 침을 만들었다고 씌어 있다.

흥미로운 것은 침의 강도를 잘 맞추기 위해 잘 구운 흙가루와 소나무숯, 그리고 약전국(콩을 찌거나 삶고 소금과 새앙 등을 섞어서 만든 메주와 같은 것)을 섞어 사용했다는 점이다.

침의 제조과정은 이렇게 만든 반죽 속에 침 모양을 본뜬 쇠붙이를 넣고 불로 쪄 내면 되었다. 침이 잘 구워졌는지 알 수 있는 장치도 마련했다. 반죽의 바깥에 진흙을 묻힌 두세 개를 꽂아 둔 지혜가 그것이다. 불로 가열하면서 반죽 바깥쪽에 꽂아 놓은 흙 묻은 침을 손으로 비벼서 흙가루가 떨어지면 반죽 속의 침이 충분히 열을 받았다는 것을 짐작케 한 것이다. 마지막으로 반죽 속의 쇠붙이를 꺼내서 담금질하면 훌륭한 침이 탄생했던 것이다.

쇠는 그냥 두면 그 쓸모가 한정되지만 떡 주무르듯 잘 다루면 천하의 명기가 탄생하는 법이다. 전설적인 철강 단조의 명장은 중국 노나라의 공수반(公輸般)과 요나라의 추(錘)를 꼽는다. 허준이 명의가 될 수 있었던 것은 침이 있었기 때문이며 철강 명장들의 각고의 노력으로 얻어낸 산물이라는 점에 이의를 달 사람은 없을 것이다.

철강인들은 철강 소재가 의료기구로 변신하여 명의의 의술로 전달될 때 보람과 사명감을 느낀다. 아직도 철강산업을 한물간 굴뚝산업이라며 외면하는 이도 있지만, 현재도 철기시대라는 점과 그 철기시대를 더욱 융성시키고 있는 제철현장의 명장들이 있는 한 유한가치는 더욱 높아질 것이다. 철강산업의 뒷받침 없이는 첨단 기술 시대와 디지털 시대도 만개할 수가 없음은 자명한 일이다.

세계 6위의 철강 강국으로 자리 잡은 한국의 철강산업 종사자들은 명의 허준에 못지않은 소중한 일들을 하는 사람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