잼있게 배워봐요
명장 기리는
풍토 아쉽다
중국 당나라 시대 육광미가 지은 오지기(吳地記)에는 간장막야라는 보검에 관한 이야기가 기록되어 있다. 춘추시대 오왕의 명을 받은 간장은 보검을 만들려고 애를 썼으나 뜻을 이루지 못했다. 그러자 그의 아내 막야는 남편의 간절한 소망을 성취시키기 위해 노(爐) 속으로 뛰어든다.
이렇게 만들어진 두 자루의 보검은 이들 부부의 이름을 따 ‘간장’과 ‘막야’라고 했다. 이 보검이 얼마나 신비스러웠으면 장화전에서 “진나라 뇌환이 이 보검들을 지하 물 속에서 발견했는데, 두 마리의 용으로 변하여 하늘로 날아갔다.”라고 했겠는가.
아시리아 제국의 영원한 비밀로 남아있는 명검 ‘다마스커스’에도 끔찍한 전설이 있다. 소아시아 지방 발칸신전 연대기에 “다마스커스 명검은 힘센 노예의 살 속에 칼을 꽂아 노예의 힘을 칼 속에 옮겨야 탄생한다.”라는 시 구절까지 있을 정도이다.
이런 말들은 명품의 진가를 더하기 위해 전설적인 이야기로 미화한 것이다. 그렇다면 이런 명품들은 누가 만들었는가? 우리 역사에 단조(鍛造) 명장은 삼국시대의 탁소(卓素)라고 되어 있다. 탁소는 3세기 후반 무렵 일본에 초청될 정도로 출중한 단조기술을 지녔던 철강 명장이었으며, 그의 기술은 후에 일본도 탄생의 원천이 됐다고 한다.
21세기 제철 현장에도 명장들은 얼마든지 있다. 쇳물 색깔만 봐도 성분을 읽어 내는 제강 장인들과 강판 표면의 빛깔만 보고도 도금이 잘못된 것을 이내 지적하는 표면처리 장인들이 바로 그들이다.
철강인들은 이들에게 철강 명장이라는 칭호를 서슴지 않고 부여하고 있다. 그러나 백전노장들이 힘겹게 몸으로 배운 감각적인 기술을 이제 컴퓨터, 인공지능이 대체하는 시대이다. 하지만 아직도 많은 부분에서는 이들의 감각이 컴퓨터보다 더 정확하다.
아쉬운 것은 신의 재주를 전수받았다고 할 만한 철강 명장이 아직 탄생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골키퍼만 잘 해도 언론들은 ‘신의 손’이라는 별칭을 주지만 철강 장인들에게는 ‘신의 칭호’를 주는 일에 인색하다.
쌍둥이 칼로 유명한 독일 헹켈사의 주방용 칼은 290여 년의 전통을 갖고 있지만 ‘신의 칼’로 불리지 않는다. 신의 칼을 만들 수 있는 존재는 대장간 신 ‘헤파이스토스’뿐이기 때문일까?
우리나라 철강산업은 세계가 주목하는 새로운 철강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이제 21세기에는 손재주가 뛰어난 우리 한국 철강인들이 ‘신이 전수한 철강기술’을 가졌다는 말을 들었으면 한다.
첨단 설비가 인간을 대체하고 있는 시대 속에서 씨름하고 있는 제철 현장의 영웅들에게 대장간 신 헤파이스토스의 영력이 내려 그들의 손이 ‘신의 손’으로 둔갑하기를 기원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