잼있게 배워봐요
에밀레종은 유구한데
기술은 간데없고
향로는 대부분 *놋쇠로 만들어진다. 그중 중국 명나라 때 만들어진 선로(宣爐)는 명품 중의 명품으로 꼽는다. 선로는 다른 향로와는 달리 드문드문 박힌 순금이 영롱하게 반짝이며 오묘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이 선로는 주물 공예품으로 귀중한 문화적 가치를 인정받고 있다.
* 구리에 주석에나 아연, 니켈 등이 혼합되어 이루어진 합금
선로는 애초부터 주물 장인들이 작정하고 만든 공예품이 아니라 화재 끝에 우연히 만들어진 것이다. 중국 명나라 때 금은보화를 쌓아 두었던 창고에 불이 났다. 불을 끄고 보니 금, 은, 구리, 주석 등이 뒤섞여 녹아 있었다.
겁이 난 관리들은 이를 어찌 할 것인지 고심을 하다가 일단 도가니에 넣어 녹인 합금(쇳물)으로 궁중 의례용 향로를 만들었는데, 완성하고 보니 그 빛깔이 기막혔던 것이다. 그 후, 합금철로 다양한 공예품을 만들었음은 짐작이 가는 일이다.
옛 중국인들이 주물로 탄생시킨 또 하나의 명품은 바로 동전이다. ‘○○통보’라고 쓰인 옛 동전들은 주로 구리로 주조했으나 재정 형편이 어려울 때는 생철이나 납으로도 만들었다. 당시 통용된 동전 중 가장 귀한 것은 황전(黃錢)과 청전(靑錢)이다. 철전은 6세기 초부터 유통되었다.
종 역시 주물로 제작하는 예술품이다. 중국 종은 *포뇌(浦牢)를 용 두 마리의 형태로 제작했으나, 한국 종은 용이 한 마리다. 포뇌는 해변에 사는 중국의 전설적인 짐승이며, 울부짖으면 그 소리가 맑고 주위를 압도한다고 하여 종의 고리 부분을 포뇌라고 불렀다.
* 종을 매다는 고리 부분
수년 전 국내에서는 에밀레종과 흡사한 종을 만들어 매달았는데, 에밀레종의 포뇌는 수백 년이 지난 지금도 끄떡없으나, 20세기에 만든 포뇌는 종의 무게를 견디지 못하고 떨어지고 말았다. 1톤에 육박하는 큰 종의 무게를 견고하게 붙잡아 두는 포뇌 제작 기술은 6세기 무렵에 완성됐으나, 그 기술은 현재도 분석하지 못하고 있다.
2004년 4월 5일 강원도 양양에 큰불이 발생했을 때 낙산사의 종 역시 화재로 녹아 버렸다. 그러나 포뇌만은 본래 상태를 그대로 간직한 채 매스컴에 얼굴을 내밀었다. 수백년 전의 문화유적이 형체도 없이 사라졌지만, 포뇌가 살아남은 것은 철강인들에게 더 배워야 한다는 자극제가 되기에 충분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