잼있게 배워봐요
쇠발굽으로 만든
도가니
고로를 아는 사람은 많아도 전기로를 아는 사람은 드물다. 전기로는 쉽게 말하자면 고압 전류로 철스크랩을 녹여 쇳물을 만들어 내는 그릇이다. 포스코, 현대제철은 고로에서 철광석을 녹여 쇳물을 만들어 내고, 그 외 국내 열연제품 메이커는 전기로에서 철스크랩을 녹여 쇳물을 만들어 낸다. 두 방식은 같은 쇳물을 만들지만 성질은 판이하게 다르다.
전기로 방식은 철스크랩을 녹여 얻는 쇳물로 철근, 형강, 가드레일 등 건설 자재를 만든다. 한편, 고로 방식은 철광석을 녹여 얻는 쇳물로 자동차, 냉장고 등 고급 제품의 외장재를 만든다.
쇳물을 만드는 경쟁력은 설비의 첨단성이나 생산성에 좌우되지만, 모든 철강재는 세찬 노(爐)의 불을 거쳐야 용도가 결정된다. 무게가 수십 톤이나 되는 선박의 닻이나, 깃털처럼 가벼운 바늘까지 그 종류는 셀 수 가 없다.
17세기부터 중국은 제철기술이 발달했는데, 이 당시 유럽보다 100여 년이나 앞선 제철기술이라고 한다. 물론 당시의 제철기술이나 그 활용 규모는 가내수공업에 지나지 않았지만 당대 유럽의 기술을 능가한다.
17세기 중국에서는 쇳물을 끓이기 위한 그릇(도가니)를 제조할 때 쇠발굽을 재료로 썼다는 흥미로운 이야기가 있다. 진흙가루와 숯가루 그리고 쇠발굽의 각질을 약한 불에 쬐어 말린 후 갈아서 도가니를 만드는 재료로 썼다고 한다.
쇠발굽이 지닌 *아교 성질을 이용하여 도가니에 발생한 구멍을 막은 것이다. 고온에서 액체화한 쇠발굽 가루를 도가니 벽 곳곳에 스며들게 했던 지혜는 쇠발굽 가루가 산화도 안 되고 보온 성능도 우수하다는 사실을 생활 속에서 발견했기 때문이다.
* 동물의 가죽·힘줄·창자·뼈 등을 고아 그 액체를 고형화(固形化)한 물질
이렇듯 철강 산업은 창의성과 끈기가 필요한 산업이며, 백공(百工)의 기초라 불리는 것이므로 반드시 세대를 이어 업(業)으로 삼아야 할 산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