잼있게 배워봐요
다비 가문
세계 철의 명가를 이룩하다
IRON BRIDGE
영국의 공업도시 버밍엄 인근 콜브룩데일의 세번 강에는 말 그대로 철교인 ‘아이언브리지(Ironbridge)’가 놓여 있다. 전 세계 방방곡곡에 놓인 철교가 한둘이 아닌데 어째서 총연장 42.7m(철제 부분 30.68m)의 다리가 ‘철교’라는 이름을 가지고 있는 것일까? 거기에는 남다른 역사적 배경이 있다. 아이언브리지는 1779년 세계최초로 건설된 철교다. 이 다리는 1986년에 유네스코로부터 세계 문화유산으로 등록되기도 했다.
18세기 중반, 영국은 산업혁명이 본격화되면서 물동량이 점점 늘어나고 있는 상황이었다. 당시 세번 강은 유럽에서 두 번째로 물동량이 많은 하천으로 기존 다리보다 더 튼튼한 다리를 건설할 필요가 있었다.
그러자 건축가 토머스 프리처드가 주철로 다리를 놓자는 아이디어를 냈다. 당시는 강철이 발명되기 이전이었다. 다리라면 돌이나 나무로 만든 다리만 알고 있던 사람들에게 철로 다리를 만들자는 프리처드의 주장은 비현실적으로 들릴 수밖에 없었다.
이때 나타난 사람이 에이브러햄 다비 3세(1750~1791)다. 그는 철의 역사를 이야기할 때 빼놓을 수 없는 ‘다비 가문’의 손자다. 다비 3세의 할아버지인 에이브러햄 다비(1678~1717)는 세계 최초로 저유황 코크스 노와 코크스 용광로를 만든 기술자였다. 다비가 개발한 코크스 용광로 덕분에 본격적인 제철산업이 시작됐고, 이는 곧 산업혁명의 도화선이 됐다.
그런가 하면, 그의 아들인 에이브러햄 다비 2세(1711~1763)는 아버지의 사업을 이어받아 철 정련 과정을 더욱 발전시켰다. 다비 2세는 증기 실린더의 원리를 처음 밝혀낸 사람으로도 유명하다. 토머스 뉴커먼은 다비 2세의 연구 성과를 기반으로 증기기관을 발명했다.
70여 년에 걸친 연구성과와 기술력을 바탕으로 다비 가문은 큰 부를 축적했다. 다비 3세는 이 기술력과 경제력을 바탕으로 삼아 세계 최초의 철교 건설에 도전했던 것이다. 다비 3세는 아이언브리지를 건설하기 위해 자신의 재산 3,200파운드를 내놓기도 했다. 다비 3세가 사망한 후에도 다비 가문은 철로와 증기기관차, 강철 수도관 등을 잇따라 개발하며 제철산업 발전사에 큰 획을 그었다.
오늘날 미국의 금문교, 일본의 아카시 대교 등 세계적인 대교들이 탄생한 배경에는 세계 최초의 철교인 아이언브리지와 다비 가문의 기술력, 도전정신이 깃들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