잼있게 배워봐요
헨리 코트
끓는 쇳물 휘저어 연철 만들다
PUDDLING FURNACE
철기시대 이래 영국은 전통적으로 철 생산 강국이었다. 영국에는 품질 좋은 철광석이 대량으로 매장되어 있었고, 영국의 켈트 족은 솜씨 좋은 대장장이로 알려져 있다. 중세를 거쳐 산업혁명 시대까지 철의 개량은 대부분 영국의 기술자들에 의해 이뤄졌다.
철은 탄소의 함량에 따라 선철, 연철, 강철 등으로 나눠진다. 철기 시대의 철은 섭씨 400~800도의 낮은 온도에서 만들어진 단철이었다. 단철의 강도는 문고리 등 간단한 도구를 만들 정도에 불과했다. 15세기의 독일 대장장이들은 목탄(숯)을 연료 삼아 1,200도까지의 고온에서 탄소 함량이 비교적 높은 선철을 만들어 냈다.
17세기 들어 철 생산이 증가하면서 철의 사용 범위도 넓어졌다. 철이 토목공사의 재료로 떠오른 것이다. 1779년에는 ‘산업혁명의 스톤헨지’라고 불리는 철로 만든 교량 아이언브리지가 버밍엄 인근의 세 번 강에 건설됐다. 그러나 목탄을 이용한 제철법은 연료인 나무 부족으로 인해 한계에 부딪히고 만다. 1709년 에이브러햄 다비가 처음으로 코크스를 사용한 고로 제철에 성공했지만 코크스로 제조된 선철은 인과 유황이 다량 함유되어 있어 목탄철보다 품질이 떨어졌다.
그 후 1784년 콜브룩데일 제철소 직원이었던 헨리 코트(1740~1800)가 목탄 대신에 석탄을 사용하여 끓는 쇳물을 휘젓는 방법(퍼들법)으로 더욱 품질이 좋은 철을 만들어 냈다. 이것이 바로 연철이다. 퍼들법은 정련법의 대혁명이라고 일컬어질 정도로 철의 역사에서 중요한 전진으로 손꼽힌다. 퍼들법으로 정련한 단철은 퍼들철 또는 연철이라고 불리게 됐고, 코트는 이 발명으로 특허를 받았다.
퍼들법 개발로 철 생산량은 획기적으로 증가했으며, 사용 범위도 크게 늘어났다. 연철이 생산된 지 불과 한 세대 만인 1825년에 세계 최초의 철도인 영국 스톡턴~다링턴 구간 철도가 개통됐다. 이후 강철이 등장하는 19세기 후반까지 연철의 시대가 계속된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이 같은 퍼들법의 성공은 코트 개인의 성공으로 연결되지는 않았다. 코트는 석연치 않게 퍼들법의 특허권을 박탈당하고 가난하게 살다가 1800년 60세의 나이로 병사하고 말았다. 그는 제철산업에 큰 기여를 하고도 역사의 뒤안길로 쓸쓸히 사라진 비운의 철의 마술사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