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학습관

우리의 미래 철강이 만들어 갑니다.

잼있게 배워봐요

우리에겐
세계의 쉬망이
필요하다

로베르 쉬망(Robert Schuman), 유럽 석탄·철강 공동체 국기

어두운 새벽, 안개처럼 비밀스럽게 노르망디에 상륙한 연합군의 속보를 접한 지 1년 만에 제2차 세계대전은 끝이 났다.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독일군의 항복 소식을 들으며 모두가 기쁨으로 들떠 있을 때, 기쁨보다 더 큰 고민에 빠진 한 남자가 있었다. 프랑스의 유력 정치인인 로베르 쉬망(Robert Schuman)은 두 번의 전쟁이 세 번째로 이어지지 않을까 걱정했고, 그것을 막을 수 있는 대책 마련에 나섰다. 깊은 고민 끝에 그가 깨달은 해법은 ‘철(iron)’과 ‘공동체(union)’였다. 과연 이 두 가지가 세계 평화에 어떻게 기여한다는 말일까.

1919년 이래 프랑스 하원의원으로 활동했을 뿐 아니라, 1940년 게슈타포에게 체포됐다가 1942년 탈출하여 프랑스가 해방되는 1944년까지 레지스탕스 운동에 몸담았던 쉬망은 ‘인기’보다는 ‘인간’을 더 사랑했던 인물이었다. 유럽 대륙이 전쟁의 소용돌이에 빠지는 것을 원천적으로 막을 수 있는 방법에 대해 늘 고민해오던 쉬망은 두 가지 방안을 착안했다. 첫째는 전쟁 수행 물자를 만드는 ‘철’을 공동으로 관리하는 것이고, 둘째는 유럽을 하나의 합중국으로 만드는 것이었다.

쉬망은 외무장관으로 재직(1948.7~1952.12)하는 동안 자신의 이러한 구상을 구체적으로 실행해 갔다. ‘쉬망 계획(Schuman Plan)’이라 불리는 이 프로젝트는 전쟁수행 능력에 영향을 미치는 핵심 경제·군사 자원인 철강재와 철스크랩뿐 아니라 철강을 만드는 데 필요한 철광석과 석탄을 공동관리 하에 두는 것이었다.

이렇게 할 경우 독일(서독)의 재무장 및 전쟁을 막을 수 있을 뿐 아니라 관련 국가들의 경제를 발전시키고, 더 나아가 경제적 공동체를 성공적으로 구축할 수 있게 되며, 장기적으로는 유럽합중국을 만들어 전쟁 발발 원인을 원천적으로 막을 수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마침내 1952년 쉬망의 주도하에 철강산업과 석탄산업의 통합 운영을 목적으로 프랑스·서독·이탈리아·벨기에·네덜란드·룩셈부르크 등 6개국이 모여 유럽 석탄·철강 공동체(ECSC, European Coal and Steel Community)를 출범시켰다. 1954년에 이르러서는 철강재, 석탄 등 철강과 관련된 무역장벽을 모두 없애고, 일련의 공동규칙을 제정하여 역내 교역을 활성화해 나갔다. 이러한 ECSC는 유럽이 유럽경제 공동체(EEC), 유럽공동체(EC)를 거쳐 오늘날의 유럽연합(EU)으로 발전한 출발점이 됐던 것이다.

현재 유럽연합 회원국은 동유럽 국가도 대부분 가입하여 26개국으로 증가했다. 50여 년 전 쉬망이 의도했던 유럽합중국의 탄생도 가능할 것 같다. 유럽연합이 만든 단일통화인 유로화 가치가 미국의 달러화 가치보다 상회하고 있고, 앞으로 이러한 경향은 더 강화될 것인바 유럽합중국의 등장도 그만큼 더 가까워질 것이다.

여기서 우리는 이러한 강력한 블록화가 초래할 재앙을 걱정해야 한다. 제2차 세계대전은 블록 간의 대립이 표출된 것이었다. 즉, 독일이 중심인 나치 블록, 프랑스가 중심인 프랑 블록, 미국이 중심인 판아메리칸 블록, 일본이 중심인 대동아 블록 간 갈등이 제2차 세계대전을 초래한 것이었다.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도 언젠가는 북미공동체(NAC)로 발전할 수 있고, ASEAN 등 전 세계적으로 활발히 추진되고 있는 지역 단위의 FTA도 지역 공동체로 발전할 수 있을 것이다.

따라서 우리에겐 유럽의 쉬망이 아닌 세계의 쉬망이 필요하다. 세계의 쉬망이 등장하여 핵심 전쟁 물자인 철을 인류의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 물자로 만들어 가야 한다. 철을 각자의 전통과 문화와 가치가 존중되는 세계 공동체를 만드는 데 핵심 고리로 활용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