잼있게 배워봐요
윌리엄 제니
마천루 시대를 앞당기다
WILLIAM LEBARON JENNY
오늘날 세계에는 수많은 고층 빌딩이 있다. 뉴욕의 상징인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을 비롯해 타이베이에 건축된 세계 최고의 ‘타이베이 101’, 국내 회사들이 건설에 참여해서 화제가 된 말레이시아의 페트로나스 타워, 시카고의 시어즈 빌딩 등이 유명한 마천루들이다.
그런데 최고층 빌딩을 뜻하는 이 ‘마천루(skyscraper)’의 기원은 어디일까? 마천루라는 단어가 태어난 곳은 높은 빌딩이 많기로 유명한 미국 시카고다. 시카고는 1871년에 일어난 대화재로 건물이 대부분 불타 버렸고, 이 때문에 새로운 건물이 많이 들어서게 됐다. 그런데 이 시기는 바로 에펠이 강철로만 구성된 에펠탑을 세우고, 스코틀랜드와 포르투갈에 강철 아치 대교가 건설되던 시점이었다. 건축가들은 강철이라는 신소재를 시카고에서 실험해 보기를 원했다. 더구나 20세기를 앞두고 ‘1m라도 더 높게’라는 분위기가 형성되어 있던 터였다.
이때 나타난 건축가가 ‘마천루의 아버지’라고 불리는 윌리엄 르 배런 제니(1832~1907)다. 미국 메사추세츠 페어헤븐에서 태어난 제니는 프랑스 파리의 에콜 폴리테크니크와 에콜 상트랄에서 건축을 전공한 정통파 건축가였다. 한때 공병대 사관으로 일했던 제니는 1867년 시카고에 건축사무소를 내고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했다.
제니가 시카고에 자리를 잡은 지 4년 만에 시카고에 대화재가 발생했다. 많은 건축가들이 시카고 재건에 참여하여 전통적 건축과는 다른, 간결하고 실용적인 건물을 지었다. 이때 활동한 미래 지향적인 성향의 건축가들을 가리켜 ‘시카고 학파’라고 부르기도 한다.
제니는 이 시카고 학파의 대표적인 건축가로 손꼽힌다. 특히 제니는 철골 구조에 정통했다. 1884년 그는 처음으로 철골 구조를 사용하여 10층짜리 ‘홈 인슈어런스’ 사옥을 건축했다. 최초의 마천루로 알려진 이 건물의 높이는 60m에 불과했다. 그러나 19세기 말에는 가공할 만큼 높은 것이었다. 홈 인슈어런스 빌딩 준공식에 참석한 시카고 시장 리처드 댈리는 “다음 세기를 미리 보고 있는 듯하다.”라고 감탄하기도 했다.
이후 시카고의 건축가들은 너나 할 것 없이 제니가 창안한 철골 구조를 받아들였다. 시카고는 단기간에 미국 최고의 상업도시로 변모했다. 제니 역시 맨해튼 빌딩, 제2라이터 빌딩 등 철골 구조로 된 후속 건물을 연달아 세웠다. 아쉽게도 최초의 마천루인 홈 인슈어런스 빌딩은 현재 남아 있지 않다.